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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처음으로 점심 저녁 약속이 있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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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많은 것을 포기했다. 현실적인 문제, 경제적인 문제로 만남을 지속하지 못해 많은 모임이 없어지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관계들이 소원해져 힘들어할 때쯤 아이들의 양육으로 인해 그 빈 공간마저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12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 공간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한 끼 밥을 먹을 사람조차 주변에 남아있지 않았다.

모임을 가질 약간의 여유가 생겨도 거리가 멀고 타이밍이 맞지 않아 약속 잡기도 힘든 날이 많았다.

 

오늘은 결혼하고 처음으로 점심 저녁 약속이 있었던 날이기도 하고,

아내의 첫 프로젝트가 끝이 나고 뒷정리를 다 마친 그 첫째 날이다.

오전 철학수업이 끝이 나고 이번 프로젝트로 알게 된 지인분과 또이스치킨찜닭을 방문했다.

또이스는 이문구로 뭔가 다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또이스찜닭은 항상 옳다.!!!!

 

결혼 전 다녔던 회사의 부장님 최애 맛집이라 너무 자주 왔었다. 2~3일에 한 번을 꼭 방문했던 거 같다.ㅋㅋ

이곳 찜닭도 맛있지만 똥집이 정말 기가 막힌 곳이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겁고 귀도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지인과 헤어졌다. 

 

배가 꺼지기도 전에 막걸리 종강식이 있어 동성로(공구골목)에 위치한 산체스주막으로 이동했다.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호주여행 중 참가한 와이너리 투어가 생각났다. 

몇 군데 와인너리를 방문해 그곳에서 생산되는 각종와인을 한잔씩 시음하고 그 와인에 맞는 안주를 맛보는 투어였는데 마지막에는 차에서 내리지도 못할 정도로 취했던 기억이 있다.ㅠㅠ

 

배가 부른 상태라 안주며 술도 시음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주가 너무 맛있어서 낮에 먹은 찜닭을 꾸역꾸역 밀어내기 시작했다.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왔다.

 

 

또한 처음 접하는 술이 많아 시음을 많이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모임시작 후 3시간이 지났을 무렵 취기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때마침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직감적으로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

인사를 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내 안의 오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여보!!! 결혼하고 처음으로 점심 저녁 약속이 있었던 날의 감정을 잘 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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