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씩 벌초라는 이유로 고향에 내려간다.
근무를 마치고 저녁따배 차를 몰고 고향으로 향했다. 저녁 8시쯤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친척들과 밥을 먹으러 갔다.
고디국(골뱅이국)과 청국장을 시켜 늦은 저녁을 먹으며 내일 벌초에 대해 이야기했다.
평지는 외부업체에 맡기고 산에 있는 산소만 새벽 5시쯤 모여 벌초를 진행한다고 했다.
원래는 여러 곳에 있는 산소를 나누어서 벌초를 진행했지만 사정이 생겨 못 오시는 분들도 많고 몸이 아프셔서 더 이상 참석이 어려운 분들도 늘어남에 따라 올해부터 이렇게 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벌초에 참석하는 사람도 작년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게 눈에 보였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원래 하던 루틴을 진행한 후 짐을 챙겨 산으로 향했다.
풀이 우거져 있어서 올라가는 길도 헤매었다. (몇 년 안 오면 찾지도 못할 것 같다 ㅠㅠㅠ)
누나들이 준비해 온 김밥을 먹고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오전 11시쯤 예초를 다하고 술과 절을 마지막으로 벌초를 마무리했다.
장비를 정리하고 샤워를 마친 후 점심을 먹으러 갔다.
삼겹살이 얼마나 맛있던지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입속으로 연신 젓가락질을 헤댔다.
벌초를 함께한 친척들과 후식으로 차를 마시러 왔다.
아마 10년 후면 벌초가 없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왠지 씁쓸했다.
벌초를 핑계로 잘 보지 못하는 친척들 얼굴도 보고 안부도 묻고 했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어려운 날이 멀지 않았는 거 같다.
시대가 변해서 이런 문화도 변화되는 건 맞지만 너무 빨리 변해 더 아쉬운 거 같다.
벌초가 없어질 때까지만이라도 매년 참석해 구슬땀을 함께 흘리겠다고 다짐하며 내년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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