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와서 퇴근길이 많이 험난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오랜만에 우비를 입고 비를 맞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가장 원초적인 경험이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그사이를 못 참고 비를 잔뜩 맞고 왔다. ㅠㅠ (그 추억에 아빠도 함께하고 싶은데ㅠㅠ)
이야기를 들어보니 옆집 아이들이 놀러 와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먼저 놀았다고 한다.
그 덕분에 아이들에게 1시간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아빠도 엄마랑 비를 맞고 싶다며^^)
그렇게 아내와 우산을 쓰고 비를 맞았다.(온몸으로 맞기에는 감기기운이 채 가시지 않아서....)
빗소리가 너무 좋았다. 빗속 거리를 오랜만에 아내와 걸어보는 거 같다.
가을을 정면으로 바라본듯한 느낌을 가지고 나도 모르게 술집문을 두드렸다.
비가 오면 아내는 막걸리가 생각나고 난 언제나 소주가 생각난다.
아주 뜨끈한 탕을 먹고 싶었지만 저녁을 먹고 나온 상태라 아주 가볍게 오징어숙회와 만두를 주문했다.
차디찬 글라스를 채우고 아내와 첫 잔을 들이켰다. 비를 보면서 먹어서 그런지 술맛이 꿀맛이었다.(인생 참 별거 없다.)
기분 좋게 시작된 술자리가 어느덧 현실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비와 가을은 온데간데없고 돈과 직장의 넋두리만 남았다. 돈이 행복을 줄 수 없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행복감을 올려주는 거 같다.ㅠㅠ
잠깐의 슬럼프를 박차고 나와 다시 한번 비와 가을을 외치며 급 즐겁게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보!!! 삶이 변하려면 어느 정도의 인내와 고통이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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