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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거운날 마시는 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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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날씨는 여태 살아오면서 한 번도 체감하지 못한 형태였다.

검고 무거운 구름이 미동조차 없이 하늘을 뒤덮었으며 바람 한 점 없이 습한 굽굽한 한증막 같았다.

 

친정엄마와 2박 3일을 보고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지 내 삶에도, 아내 삶에도 그동안 애써 견뎌왔던 무게들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를 버티다 힘들어 못 버틸 때쯤 잠이 들었고, 너무 힘들 때쯤 좋은 소식이 생겨 쌓였던 힘겨움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넘어가곤 했었다.

친정엄마와2박3일
티켓

 

날씨가 불러일으킨 감정의 소용돌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집에서 감당하기란 너무나 힘겨웠다.

너무 열심히 살아와서 그런지 더 이상 막을 힘조차 없어져 우산 없이 비바람을 온전히 맞는 기분이었다.

 

 

 

여보, 아주 가벼운 음식과 반주 어때?

 

아내는 수제비를 나는 비빔국수와 고기 한 접시 세트를 시켰다. 

반주로 참이슬 1병을 주문했다.

반주
수제비
비빔국수

뜨끈한 수제비국물이 온몸으로 퍼질 때쯤 목구멍에 쓰디쓴 소주를 연거푸 부었다.

3잔을 연속해서 먹고 나니 그동안 참고 참았던 힘듦이 터져 나왔다.

다시금 소주와 함께 억지로 삼켜보지만 잘 되지 않았다.

 

우연히 옆테이블을 보게 되었다.

우리와 같은 사연으로 오셨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

동질감이 위로가 된 걸까?

 

땡고추의 매운맛이 몸을 무덤덤하게 만들었고,

간장불고기의 불향이 후각을 집중시키게 만들었다.

음식에만 집중하니 감사하게도 다른 생각이 나질 않았다.

 

반주를 마치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었다.

마치 삶은 이런 거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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