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주를 시작한 지 8일 차 된 휴무날이다.
원래 나의 휴무는 온전히 나를 위한 하루였다. 평일에 휴무날이 있으면 그동안 먹고 싶었던 안주에 낮술을 즐겼고, 저녁에는 아내와 2차를 위해 맛집을 방문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그동안 먹고 싶었던 배달음식과 2차를 위한 간식을 시켜주었다.
주말에 휴무가 걸리면 오전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이 가고 싶어 했던 장소나 먹고 싶어 했던 음식을 먹으러 갔다. 모든 일정이 종료되고 집으로 되돌아오면 혼술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라면을 먹고 바로 잠을 잤다.(지금 생각해 보면 죄악의 생활패턴이었다.)
사실 결혼하고 한 번도 오늘 같은 날을 보낸 적이 없었다.
술도 먹지 못하고, 술을 위한 맛집도 갈 수 없으니 갓 태어난 아기처럼 뭘 해야 될지 몰랐다.ㅠㅠ
우선 배가 고파 제육볶음, 김치찌개, 김, 소량의 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아주 천천히 밥을 음미하면서 먹었는데 배가 고픈 채로 식사가 끝이 났다.
읽었던 신문을 읽고 또 읽었지만 시간이 멈춘 듯 가지 않았다.
설거지와 쓰레기를 버려도 10시가 되지 않았다. ㅠㅠ
술이 없고 맛집이 없는 휴무는 처음이라 도대체 뭘 해야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를지 한참을 고민하다 새벽에 하지 못한 기타 연습을 했다.
연습이 무색할 정도로 코드도 똑바로 잡지 못했다.ㅋㅋ
12시 30분에 예약된 아내의 건강검진을 위해 집을 나섰다.
잠깐의 검진을 마치고 주차안내를 해주신 직원분께 주변맛집에 대해 물어보았다.
돌솥비빔밥 유명한 곳을 알려주셨다. 다이어트 때문에 한참을 망설였지만 술이 없는 휴무를 처음 맞이하는 나를 위해 오늘은 즐겁게 먹기로 했다.
배가 불러오면서 살도 찌는 느낌을 체감하면서 밥을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도중에 수저를 바닥에 놓지도 못했다. 밥그릇을 싹싹 비우고 나서야 끝이 났다. 무자비한 폭식이었다. 8일 동한 한 다이어트가 무용지물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드는 행복감은 뭘까? ㅠㅠㅠ
아내가 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딸기라때를 사주었다. 아~~~~ 내 인생에 다이어트는 끝인가 ㅠㅠㅠ
휴무날 술을 먹지 못한다는 생각의 보상심리로 또 참지 못하고 흡입하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아내스케줄 1건의 미팅과 1건의 회의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오후 5시쯤 1건의 미팅을 마치고 다른 회의 장소로 이동을 했다. 저녁을 고민하다 파리바게트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점심에 먹은 음식이 아직도 몸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더 받아 줄 수 없다며 뇌로 전달했지만 거절하고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아~~~~~ 다시 봉인해제가 된 느낌이 팍팍 들었다.
저녁 9시가 다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저울을 피해 침대로 바로 이동했다. 다시 92kg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키토다이어트가 아니라 무식한 다이어트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이 되지 않으니 아무리 좋은 다이어트라도 실천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거 같았다.
내일부터 다시 아침점심은 소식하고 저녁은 굶어야겠다 다짐했다.